사건,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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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물살에…대숲 바람에…남도 풍류가 흐른다
이돈삼 남도여행 자유기고가
조선 10경중 하나인 화순적벽. 동복댐 건설과 함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2014년 일반에게 다시 공개됐다.
조선 10경중 하나인 화순적벽. 동복댐 건설과 함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2014년 일반에게 다시 공개됐다.

김삿갓, 정약용, 조광조가 감탄한 화순적벽

‘적벽동천(赤壁洞天)’이라 했다.
 
적벽이 신선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조선시대 문신 석천 임억령(1496∼1568)의 얘기다.
 
기묘사화로 중종 때 화순으로 유배돼 온 정암 조광조(1482∼1519)는 적벽의 절경을 보며 한을 달랬다.
 
대학자 하서 김인후(1510∼1560)는 적벽시를 지어 화답했다.

방랑시인 난고 김병연(1807∼1863)도 적벽의 장관에 빠져서 오래 머물렀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10대 후반에 부친을 따라와서 적벽을 만났다.

적벽은 1519년 기묘사화로 화순에 유배돼 온 신재 최산두(1483∼1536)가 중국의 적벽에 빗대 이름 붙였다.
 
근대까지 ‘조선 10경’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

굳게 잠겨있던 철문이 열리고, 말끔하게 단장된 임도가 얼굴을 내민다.
 
길이 비교적 평탄하다.
 
화순적벽 투어버스가 멈춘 곳은 적벽 전망대. 옹성산이 품은 노루목적벽과 보산적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위치다.
 
왼편으로는 백아산의 기암괴석을 이어주는 하늘다리가 아련히 보인다.

노루목적벽은 산의 형세가 노루의 목을 닮았다고 이름 붙었다.
 
산길에 노루가 많이 다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한자로는 ‘장항적벽’이다.
 
망미정 앞에 있었다고 ‘망미적벽’이라고도 했다.
 
화순의 여러 적벽을 대표한다고 ‘화순적벽’으로 불린다.

노루목적벽은 암벽이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바위가 거꾸로 서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높이가 본디 100m 가까이 됐다.
 
그 절벽에서 폭포가 쏟아지며 위용을 뽐냈다.

절벽 언저리에 절집 한산사도 있었다.
 
절벽 아래로는 물이 흘렀다.
 
모래밭이고 자갈밭이어서 으뜸 물놀이 터였다.
 
인근 학생들의 단골 소풍지였고, 대학생들의 MT 장소였다.

화순적벽의 옛모습. 삿대를 저어가는 나룻배와 함께 매년 4월 초파일밤에는 낙화놀이를 즐겼다.
화순적벽의 옛모습. 삿대를 저어가는 나룻배와 함께 4월 초파일밤에는 낙화놀이를 즐겼다.

물 위에는 또 삿대를 저어 가는 나룻배가 떠 다녔다.
 
그 배를 타고 뱃놀이도 즐겼다.
 
4월 초파일 밤에는 절벽에서 낙화놀이가 펼쳐졌다.
 
마을의 장정들이 절벽에 올라가 짚덩이에 불을 붙여 아래로 떨어뜨렸다.

장정들은 불꽃송이가 떨어지며 물에 어리는 모습을 보며 탄성을 질러댔다.
 
노루목적벽은 중·장년층에게 옛 추억과 낭만이 깃든 여행지였다.

이 일대에 동복댐이 만들어지면서 노루목적벽은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절경의 절반 이상 물에 잠기고 댐 안에 갇혀버렸다.
 
댐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1984년엔 일반인의 출입마저 통제됐다.
 
베일에 가려졌다.

수몰지역 주민에 한해 명절 때 성묘나 벌초를 위해 출입을 허락했을 뿐이다.
 
그 사이 ‘쌍화점’, ‘근초고왕’, ‘대왕의 꿈’ 등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장으로 쓰였다.

노루목적벽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게 2014년 10월이었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화순군이 상생 발전을 위해 개방에 합의하면서다.
 
30년 동안 기다렸던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건 당연했다.
 
다들 ‘천하 제일의 경치’라며 탄성을 쏟아냈다.

노루목적벽은 하늘로 치솟아 우뚝 서 있다.
 
깎아지른 암벽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것처럼 장엄하다.
 
물위로 드러난 절벽의 높이가 40여m, 나머지는 물속에 잠겨 있다.

폭도 넓다.
 
하늘과 호수 사이에 펼쳐진 아담한 병풍 같다.
 
거대한 바위 벼랑이 잔잔한 물결에 비친다.
 
백아산에서 발원한 동복천이 항아리 모양의 옹성산을 휘돌아 나오면서 이룬 절경이다.
 
노루목, 보산, 창랑, 물염 등 4개의 화순적벽 가운데 으뜸이다.

노루목적벽 앞에서 망향정을 품고 있는 작은 적벽이 보산적벽이다.
 
노루목적벽보다 규모가 작지만 세파에 깎이고 파인 모양새가 신비롭다.

망향정(望鄕亭)은 수몰지역 주민들의 설움을 달래주는 쉼터다.
 
보산적벽 위의 평평한 구릉에 자리하고 있다.
 
망향정 옆으로 수몰된 15개 마을의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망향탑과 망배단도 놓여있다.
 
여기서 수몰민들이 명절 때 망향제를 지낸다.

동복댐이 건설되면서 정든 고향을 떠난 주민은 창랑, 월평 등 15개 마을 5000여 명에 이른다.
 
적벽의 아름다움을 새긴 적벽동천, 적벽가, 적벽팔경 비도 세워져 있다.

망향정에서 대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망미정(望美亭)이다.
 
병자호란 때 의병장이었던 정지준이 지었다.
 
인조가 청태종에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에 분개해 은둔하면서다.
 
당초 노루목적벽 밑에 있었으나 물에 잠기면서 옮겨졌다.
 
여기서 노루목적벽을 가장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

망미정 앞에서 보는 노루목적벽의 자태가 더 매혹적이다.
 
맑고 깨끗한 물에 비치는 반영도 그림 같다.
 
언제라도 가슴 뛰는, 누구라도 반할 풍광이다.

노루목적벽에서 멀지 않는 곳에 물염적벽도 있다.
 
창랑천의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져 있다.
 
송정순(1521∼1584)이 세운 물염정이 여기에 있다.
 
김삿갓 시비도 세워져 있다.
 

완도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 별서정원, 소쇄원

몸과 마음의 피로는 가까운 담양 소쇄원에서도 씻을 수 있다.
 
소쇄원은 자연의 숲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빌려와 정원으로 꾸몄다.
 
그 안에 정자를 배치했다.

광풍각은 소쇄원의 중심이 되는 사랑방이다.
 
왼쪽으로 폭포가 있고 너른 마루 앞은 곧장 계곡으로 이어진다.
 
계곡의 물을 담장(애양단) 밑으로 흐르게 만든 정원의 옛 주인 양산보(1503∼1557)의 감각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담양 소쇄원. 자연모습 그대로 정원을 꾸몄다. 정자에 앉아 있노라면 세상 시름 모두 잊을듯 하다.
담양 소쇄원. 자연모습 그대로 정원을 꾸몄다. 정자에 앉아 있노라면 세상 시름 모두 잊을듯 하다.

광풍각을 끼고 돌계단을 오르면 제월당. 집주인이 살던 곳이다.
 
계곡 건너편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대봉대가 자리하고 있다.
 
초가와 주변의 폭포, 계곡이 잘 어우러져 있다.

 깨끗하고 시원해 ‘소쇄(瀟灑)’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완도 보길도에 있는 ‘부용동’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별서정원으로 꼽힌다.
 

1000년 세월 소나무와 함께한 가사문학의 산실, 식영정

소쇄원에서 가까운 광주호반의 식영정은 ‘성산별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풍치가 아름다워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곳이다.

소쇄원 인근 식영정. 인근에는 환벽당, 명옥헌원림 등 가사문학의 풍광이 펼쳐진다.
소쇄원 인근 식영정. 인근에는 환벽당, 명옥헌원림 등 가사문학의 풍광이 펼쳐진다.

서하당 김성원(1525∼1597)이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지었다.
 
누정 앞에서 온몸을 비틀며 자라는 소나무가 기이하다.
 
흡사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소나무.
천년의 세월을 품은 소나무.
1000년을 묵은 ‘천년송’이다.
 
몸체는 물론 가지도 예술이다.
 
분재 전문가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모양새를 뽐내고 있다.

식영정 아래 부용당과 서하당, 건너편의 환벽당, 독수정원림, 명옥헌원림, 송강정 등 일대의 누정들도 멋스럽다.
 
학창시절에 귀가 닳도록 들었던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tip: 화순적벽 개방은 매주 수·토·일요일 세 차례, 화순읍 하니움센터에서 출발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서 적벽을 둘러보고 나온다.
 
이용요금은 1인당 1만원.
 
적벽투어에 참여하려면 화순군청 누리집(tour.hwasun.go.kr)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예약은 방문 2주 전부터 받는다.

기사입력: 2016/05/09 [12:16]  최종편집: ⓒ safe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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